삿포로 1~2일차

1일차

8시 호텔 도착 예정이라, 구글맵으로 근처에 있는 스프커리집을 찾다가 ATMAN이란 가게가 현지인 리뷰가 많아서 가보기로 했다.
이곳은 네이버에도 리뷰가 하나밖에 없더라.
빌딩 3층에 있는데, 사장님 혼자 운영하는 듯 했다.
다찌에 3명, 1.5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2개가 전부인 작은 식당이었다.
가게엔 만화책도 많고, 음악선곡도 Funk와 Soft Rock 위주인데 너무 시끄럽지 않아 분위기가 좋았다.

Screenshot_20181207-235652.jpg 삿포로 1~2일차
메뉴판인데 읽기가 좀 어려웠다.
요걸로만 시키면 되는 줄 알았더니, 아래 메뉴판을 보고 베이스가 되는 스프랑, 밥 종류와 양, 야채 토핑, 맵기 등을 선택하는 방식이더라.
선택에 따라 추가금이 붙길래, 일본어를 잘 못해서 걍 다 기본으로 해달라고 했다. 
밥 양은 200G이 기본. 야채는 기본이 4개이고, 150엔 추가하면 8개를 준다던데 걍 4개로 달라고 했다.
스프 베이스는 둘째줄에 있는 니르바나 스프를 추천하길래 둘 다 그걸로 부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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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컵이 진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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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치킨(1150엔), 오른쪽은 홋카이도 돼지고기 소세지(1250엔)
태어나서 처음 먹는 스프커리인데, 국물같은 카레도 은근 매력있더라.
치킨보다는 홋카이도 소세지가 존맛이었다.
야채는 피망 당근 가지 감자 4가지인데, 감자 맛이 좀 오묘했음. 감자 향이 많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맛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보니 여긴 약선카레라고 해서, 다른 스프커리집보다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는 듯 했다. 국물에서 커민냄새가 많이 났는데, 나는 커민을 좋아해서 만족함. 국물까지 남김없이 흡입하니 추위가 좀 가시는 듯 했음.
다음에 혹시 또 가게 된다면 옵션을 좀 추가해서 먹어보고 싶다.
귀국 전에 스아게같은 유명한 집도 가보면 확실하게 비교가 될 듯.

계산하면서 사장님이 타이완에서 왔냐고 물어보길래, 한국에서 왔다 그러고 짧은 일본어로 두어마디 하고 나왔다.

이렇게 삿포로의 첫 끼는 대단히 만족스러웠으나...


2일차

우선 블로그에서 자주 보이던 니조식당 오이소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미리 말하지만, 돈낭비란 느낌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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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킨 성게+연어알+참치 (3500엔)
작다작다 말만 들었지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더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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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알 추가 (540엔)
양이 너무 적어서 당황했는데, 시장을 둘러보니 추가한 양의 10배정도 되는 연어알 한 통을 같은 시장에서 800~1300엔에 팔고 있더라.
이건 좀 상도에 어긋난 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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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이 시킨 털게+성게+연어 (3150엔)


여기가 왜 가성비 좆망이라 여겨지냐면, 같은 가게에서 추가토핑으로 저 세가지 재료들을 시켜도 기껏해야 2천엔 남짓인데, 밑에 밥 한공기 깔고 미소시루 더 준다고 1천엔 이상 가격이 훅 뛰는 게 이해가 안되기 때문.
손님들은 관광객이 대다수고, 들어가자마자 직원들도 대놓고 영어로 몇명이냐고 물어보더라. 이런 동네 시장에 영어를 잘하는 직원들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
차라리 시장에서 재료들 따로 사서 숙소에서 햇반 돌려 얹어먹고 싶었다.
맛이라도 좋았으면 감안할텐데 맛조차도 보통이더라. 
맛이 없지는 않았음. 근데 특별히 맛있지도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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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먹은 멜론 조각 (700엔)

이게 진짜 달고 맛있다..
한통에 3980엔짜리를 조각내서 파는 거라는데, 이것도 조금 비싼 감이 있긴 하지만 3천엔짜리 카이센동보다는 열배정도 만족스러웠음. 
가게 앞에 서서 게눈 감추듯 먹고 사장님한테 빈 용기 버려달라고 했다.

번외 : 타케에즈시라고 작은 초밥집도 유명하대서 지나가다 봤는데, 식당이라기엔 걍 시장구석 포차같은 오픈된 공간이었음. 두명 앉을수 있는 간이 다찌 하나 있고 나머진 다 서서 먹고 있더라...맛이 있을진 몰라도 식욕이 돋진 않을듯 했음.

결론1. 니조시장 두번 다시 가면 사람이 아니다. 
결론2. 블로그에서 추천하는 곳들은 다 걸러야 한다.


니조식당에서 내상을 입고, 숙소 돌아와서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감.
스시를 먹고싶어서 구글맵으로 검색을 함.
또 미리 말하지만, 한국인 리뷰 없는곳으로 골라라, 이건 진리다 진짜.

스시집이 워낙 많아 고민하다가, 스시도코로 이치이 라는 곳으로 갔다.
사장님이 친절하다는 평만 있어서 왠지 신뢰가 갔다.
가게 규모는 다찌가 5석, 4인용 테이블이 하나로 작은 편이다.
가게도 아담하고, 인테리어도 소박하지만 아늑해서 좋았다.
그 작은 가게에 사장님과 사모님, 직원 한명 이렇게 세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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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이라 오마카세 2인과 삿포로 생맥 한잔(500엔), 하이볼(600엔)을 시켰다.
사모님이 주문을 받으며 차이니즈? 코리안? 하길래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바로 저렇게 한국어가 있는 메뉴판을 주더라.
여기 사모님 너무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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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요리 1. 장어 젤리와 털게 내장무침.
내장과 된장이 둘 다 일본어로 미소라서 그런지, 메뉴에는 털게된장무침이라고 되어있음. 
사실 나는 비린내에 약해 해산물을 거의 안 먹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다 나름 맛있게 먹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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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요리 2. 이름을 까먹었다...
일본어로 키리고보? 인가 그랬는데 사모님이 메뉴 하나하나 나올때마다 열심히 설명을 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이건 내가 뭔지 모르겠다 하니 구글 번역기로 돌려서 보여주시더라. 아무튼 저 하얀 게 '이리'였음. 
퍙소엔 알탕도 안 먹는데, 기왕 온거 먹어보자 했더니 성게랑 비슷하게 입에서 크림처럼 퍼지더라. 
미스터 초밥왕 전국대회편에서 심사위원이 이리초밥을 먹으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던 장면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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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덜조림(메뉴판에 정확히 서덜조림이라고 되어 있었음)

생선조림인데 괜찮더라. 간장에 조린 것 같은데 엄청나게 부드러웠다.
파랑 미나리도 아삭하니 씹는 맛이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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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은 사시미.
오징어, 문어, 방어, 소라, 고등어, 관자, 계란, 참치

오징어가 초대박이더라.....
채를 쳐서 한 장처럼 겹쳐놓은 것 같은데, 씹으면 씹을수록 점액질이 나와 달짝지근해져서 입안에서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생선을 잘 안먹지만서도 한치 스시같은건 좋아하는데, 이건 차원이 달랐다.
이쯤 되니 스시를 먹으러 갔다가 스시 먹기도 전에 배가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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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인 스시 7피스가 나왔다.
광어, 주도로, 북방조개, 대게
연어뱃살, 성게, 연어알

이건 좀 아쉬웠던게, 워낙 날씨가 추워 가게 안에 히터를 틀어놔서 그런지 천천히 한점씩 먹다 보니 스시가 다 말라버렸다. 
그리고 그걸 감안하더라도 사장님 스시 쥐는 솜씨는 그냥저냥인것 같았음.
초밥도 좀 밍밍했고, 다소 고슬한데 좀 세게 쥐어졌는지 떡같은 식감이더라. 
아마도 다찌에서 한점씩 주문했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집은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와, 사모님의 친절만으로도 맛이 배가되는 효과가 있는 듯했다. 이번이 세번째 일본 여행이지만, 이정도로 외국인에게도 친절한 가게는 처음이었다.


내일은 오타루 가는데 관광객들 많이 없는 맛집 있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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