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칭코 중독자, 그 3년간의 이야기.feat 일게이

 
도내 인기 빠칭코점의 저녁 내부 모습


반갑다 일게이들아. 나는 일본에 5년째 거주중인 서울 출생 90년생 건강한 남성이다 이기야.
오늘은 일게이들에게 도박의 위험성과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 글을 썼다.
필력도 후지고 한심한 글이지만 잘 봐줬으면 좋겠다. 
  

1. 빠칭코를 배우다

2015년도에 지잡대 일본어과를 졸업한 나는 어찌어찌 일본의 좆소 IT 파견회사에 취업이 되어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다.
윽엑윽엑 대면서 어찌어찌 일본 생활에도 익숙해지고, 회사 사람들과도 친해지며 가난한 외노자지만 나름 잘 살고 있었다 이기야.

그러던 어느 날, 회사 회식 후에 파견처 상사가 같이 빠칭코를 하러 가자는거야.
평소 빠칭코에 대한 이미지가  '자욱한 담배연기, 엄청난 소음' 이었기 때문에 달갑지 않았다.
그리고 돈도 엄청나게 잃을거 같아서,   회사 상사에게 "저 돈이 없어요" 라고 말하자,  
"5천엔만 있어도 충분히 놀고 올수 있어" 라고 하면서 굳이 자기가 알려주겠다고 같이 가자고 하더라.

상사 말대로 1엔 빠칭코에서는 5천엔만 있어도 충분히 즐길수 있었지만, 아무런 일 (오오아타리, 당첨) 없이
5천엔이 그냥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하루 버는 돈 1만엔 남짓의 외노자의 반나절 수입이 영문 모를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갔으니
내 속이 오죽하겠는가. 다시는 망할 빠칭코장에는 눈길도 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귀가했다.


2. 빠칭코에 빠지다

처음 빠칭코에 간 날 이후, 실제로 몇달간 빠칭코에는 갈 생각도 없고, 가고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저번에 함께 빠칭코에 같이 간 상사가, 어제 빠칭코에서 8만엔을 땄다며,
빠칭코에 또 가자는 것이다. 저번의 끔찍한 기억도 있고, 나는 물론 거절했다.
그런데, 상사가 제안하기를 " 저번에 잃은 것도 있고 미안하니까 내가 만 엔을 너한테 투자 할게."
만엔으로 빠칭코를 즐겨서 만약 따게 된다면, 투자금만 돌려달라는 제안이다.

나는 딸 것 같지도 않았고, 가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렇게까지 말하는 상사의 제안을 거부하기는 미안했기에,
또한 나에게 손해는 없었기에 그 제안을 수락하고 빠칭코장으로 향했다.
만엔짜리를 들고 뭘 할지 고민하다가, 2015년도 여름에 출시되었던 최신기종 빠칭코 「마크로스 프론티어」를 보게 되었는데,
마크로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었기 때문에 엄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기종은 최신 기종이었기 때문에 1엔 빠칭코가 아닌 4엔 빠칭코로밖에 즐길 수가 없었다. (참고 4엔빠칭코는 만 엔이 30분이면 사라질 정도로 고레이팅)
이것이 빠칭코 마크로스 프론티어 기종의 모습.

그 얘기를 상사에게 하니, 5천엔만 거기에 투자하고 당첨이 안되면 1엔 빠칭코를 하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반쯤 홀린 상태로 4엔 빠칭코 마크로스 기종에 앉아서 빠칭코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첨 확률은 1/199 .
결과부터 말하자면,  2천엔을 투자함과 동시에 대박이 터졌고,  2시간 넘게 구슬이 끊임없이 나와
9만엔을 따게 되었다. 상사에게는 많이 따기도 했으니 3만엔을 주려고 했으나, 상사가 만엔만 받겠다며 극구 거절하는 통에,
난 최종 8만엔의 이득을 거두게 되었다.  이 날의 승리와, 처음 느꼈던 희열과 감동이 날 빠칭코 중독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게 되었다.


3. 빠칭코 중독자의 몰락
믿을 수 없는 첫 승리 후, 나는 빠칭코에 완전히 빠져버리고 말았다. 평생 도박이라고는 메이플스토리 강화밖에 모르던 내가,
내 하루 일당이 한 시간만에 왔다갔다 하는 도박판에서, 제 정신을 차리고 있기란,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본격적으로 빠칭코를 시작한 뒤, 당시 있었던 1/399 (일명 MAX台)에반게리온을 주 종목으로 정해서,
퇴근 후 매일같이 빠칭코장에 드나들었다. 놀랍게도 2015년 7,8월 두 달동안 50만엔을 넘게 따면서,
회사에서 일하는게 바보같다고 느껴졌다. 일하는 중에도 오직 빠칭코만 생각했으며, 회식, 잔업요청 등등은 어떠한 구실을 붙여서라도 거절했다.
회사에서 잔업해봤자 시간당 1,500엔인데, 빠칭코에 가면 2~3만엔 따는게 우스웠으니, 그럴만도 했다.

도박 중독자 답게 현금 다발을 집 서랍에 보관했고, 피크가 70만엔 이었다. 바보처럼 70만엔을 현금으로 갖고 있었다.
돈도 바보처럼 펑펑 써댔다.  정말 멍청하게도, 나는 빠칭코에 소질이 있어서 계속 이길거라고 생각했나보다.

70만엔 현금 보유 피크를 찍고, 정확히 20일 만에 수중에 가지고 있던 모든 현금을 날렸다.
일주일만에 최고 30만엔을 잃었고, 10만엔을 잃은 날 다음날엔 회사에 결근하였다.

도쿄 도내 각지의 빠칭코점에서는 정기적으로 이벤트를 하는데, 이 날에는 평소보다 고객이 이기기 쉽도록 기계의 조정을 해 준다.
이 날에는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입장 추첨을 위해 아침 일찍 가야 하는데, 이짓을 하고 싶어서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파칭코 아침 추첨의 모습

일을 그만두고, 모아둔 돈으로 매일같이 빠칭코에 몰두했으며, 이제는 이기든 지든 상관없게 되었다.
처음에 특정 기종만 정해서 유희를 즐겼다면, 이제는 폭넓은 기종으로 유희를 즐기기 시작하였다.
돈 잃는 방법이 더 많아졌다는 소리였다. 인생이 망해가는 소리가 들렸다


4. 빠칭코 중독자의 하루

9시 기상
9시 30분 빠칭코 아침 추첨
10시 입장
13시 기계 휴식 타임 걸어놓고 점심식사 
평균 20시~21시 까지 빠칭코 즐기고 귀가



5. 결산

3년간 빠칭코를 해오면서 날린 돈을 확실히 알지는 못하지만
대충 200만엔 넘게 날린건 확실한것 같다. (한화 2천만원)
또한 작년부터는 빠칭코 어플로 확실히 수지를 기록해 놓았는데, 일부를 첨부한다. 
 
최근 1년중 가장 큰 패배 금액을 기록한 2018년 3월.  돈을 똥통에 쳐 박은것을 볼 수 있다.



 
1년중에 가장 수지가 좋았던 달.  18번 가서 9번 이겼으니 승률 50%. 

 
최근 1년의 결산.  1년동안 138번 가서 56승 82패 승률 40% 손해액 약 40만엔
최근 1년이 가장 손해액이 적음. 
2016,2017 년도를 기록했다면 눈뜨고 보기 힘들정도의 손해액일것 같다.
기록을 안한게 오히려 정신건강에 낫다고 봐야하는건지..

5. 왜 빠칭코에 가는가?

나의 최근 1년 결산만 보더라도, 승률40%, 도박에 있어서 결코 낮은 승률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늘 가면, 이길것 같은데? 딱 그정도로 느껴지는 승률.  도박에 빠진 놈들은 어리석기 그지 없기 때문에,
패배의 60% 보다는 승리의 40%에 모든 걸 건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절대 이길수 없는 게임이지만,  조삼모사의 법칙에서 나는 벗어나지 못한다.
도박은 무섭다. 이길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에 더욱 그렇다.


후기) 글쓴이 2019/1/25를 마지막으로 빠칭코에 가지 않고 일을 시작했다.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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