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줄의 종류와 위험성 (청해부대 사고를 보고)

나는 천조국서 학부를 마치고 대한민국 해군에 지원, 어학자원으로 분류되어 9년 전 청해부대 거진 초창기 때 갑판병(어학)으로 아덴만을 다녀왔었어. 임무 마치고 약 6개월 후 잠시 하와이 진주만으로 보내져 세종대왕함의 CSSQT 및 RIMPAC 훈련에 관련된 모든 영어 서류를 영작/번역하며 장교들을 도와 전반적 해군의 업무를 익혔고, 그 중 가장 씁쓸했던 기억이 바로 이 홋줄이였다.

[함정의 6 계류색]


배/함정이 항구/군항에 정박하려면 저 홋줄들을 계류장소의 볼라드에 꽊 묶어 함정이 잔잔한 파도에 흔들이지 않도록 고정해야돼.

[볼라드]


만약 파도가 너무 커서 정박한 배가 매우 흔들릴 것 같으면, 함장은 선원을 태우고, 항구를 떠나 파도가 잔잔한 곳으로 함정을 이동시키는 데, 이를 우리는 '피항훈련'이라고 했어. 해군에게 있어 배를 안전히 지키는 것은 항상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지.



해군으로 지원하는 일반병사는 직군을 '갑판'으로 하는 데, 일종의 공무원 '일반행정' 같은 가장 제너럴리스트 한 직군이며, 함정에서 가장 많이 필요로 하고, 자대 배치 6개월 후 배 내리기 제일 용이한 직군이다.   

갑판병의 주요일과는 '보수작업'이야. 말 그대로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하는 작업. 갑판에 녹이 슬면 긁고 벗겨내 새로 페인트 칠하고, 격실문을 잠그는 쇳덩이들 녹 닦아내고, 해수가 함정의 내부 쇠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모든 일이 갑판병의 업무야. 

[깡깡이 질]

출처 :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ang9339&logNo=221357820867

그러나 또 하나의 일과가 있으니, 바로 '출/입항.' '출항'은 볼라드에 걸린 홋줄을 잡아 당겨 함정에 싣고 떠나기만 하면 되니 별로 어렵거나 위험하지 않은 데, '입항'은 갑판 병/장교/부사관들이 다들 긴장하는 위험한 작업이야. 입항 시, 항고에 배를 바짝 대기위해 홋줄을 윈드라스에 걸고 터지기 직전까지 윈드라스를 돌리면서 홋줄을 고정시지켜. 이 때 너무 많이 윈드라스를 돌리면 오늘 일어난 것 처럼 홋줄이 터져 몇몇 죽거나 의가사 제대하는 일이 생겨. 오늘도 청해부대의 입항 '행사'라서 뉴스가 난 거지, 홋줄터져 다치는 일은 빈번히 일어나. 

[윈드라스/양묘기]


출처 :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ang9339&logNo=221357820867

난 한국에 있을 때, '입항'의 위험성을 매우 당연히 받아들였어. 청해부대에서 유럽함정을 견학하기 전까지는. 위 일베간 글들의 댓글을 보내 여전히 전직 해군 수병들은 훗줄의 위험성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네.

허나 원래 홋줄은 저렇게 위험하지 않다. 오늘 수병들이 다친 이유는 바로 위험한 '나일론' 홋줄을 썼기 때문이야. 

해군이 항구에 정박하는 것을 '계류'라고 하고, 이 계류에 사용되는 홋줄을 '계류색,' 영어로 Mooring Line이라고 해. 계류색은 크게 1) 마닐라 계류색, 2) 목면색, 3) 나일론 계류색, 4)케블라 계류색이 있어. 

[마닐라 계류색]


마닐라 계류색은 싸고 장력이 좋으며, 물을 적게 먹어 덜 무겁고, 탄력성(elasticity)이 낮아서 홋줄이 터져도 선원이 다칠 위험이 적어. 단, 누리끼리하고 싸구려 느낌이 나서, 못사는 나라의 해군이나, 일반 배들이 많이 쓰는 홋줄이지.

[목면색]


출처 :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ang9339&logNo=221357820867

목면색은 면으로 된 홋줄로, 싸고 장력은 좋은 데, 면이라 물을 많이 먹어 바닷물에 닿으면 엄청 무거워 훗줄을 당기는 데 많은 수병이 필요하고, 쉽게 때가 타며 겉이 금방 누더기 처럼 변해. 대신 탄력성이 적어 홋줄 터져도 선원이 다칠 위험이 낮지. 한국 해군에서 작전상 실제로 제일 많이 쓰이는 홋줄이야.

[나일론 계류색]


나일론 계류색은 나일론 제질이라 탄력성이 높아 고무줄 처럼 튕기기 때문에, 터지면 중상으로 이러질 정도로 운용이 매우 위험하나, 물을 머금지 않아 가볍고, 무엇보다 나이론이라 때가 안타기 때문에 각 함정당 '행사용'으로 넓게 사용이 돼.

[ 미해군 케블라 계류색]

실제 한국 해군에서 실무배치 전, 갑판병과 학교에서 배우는 계류색은 마닐라-목면색-나일론이고, 캐블라 계류색은 가르치지 않아. 난 이 계류색은 외국 함정에서 배웠어.

청해부대는 아덴만에서 한국 선박 지키고, 해적 잡는 게 주 임무인데, 식료품이랑 윤활류 및 연료를 받기 위해 정기적으로 정해진 근처 안전한 민간 항구에 잠시 기항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항구가 군항이 아닌 일반 민간항구라, 군함의 기항을 싫어하고, 일반 선박 모두 하역하고 남는 찌끄레기 장소 하나 주고 잠시 정박하고 나가라고 그래. 한국 해군이라서가 아니라 걍 모든 해군 함정이 일반 항구에서 찬밥신세였음. 그 때 한 자리가 나서 우리 함정이 정박하고, 유럽 함정이 정박 자리 배청을 못받아 한 정박자리에 우리 함정과 나란히 옆에 계류한 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는 출입항 때 한 홋줄당 6~8명이 붙는 데, 유럽함정은 남군 1명, 여군 1명, 단 둘이서 훗줄을 당기는 게 희안하게 보여서, 나중에 놀러가보니, 외국군은 케블라(Kevlar)로 만든 특수 계류색을 쓰더라. 케블라 계류색은 나일론 계류색 보다 가볍고, 목면색 보다 튼튼했고, 물을 먹지 않으며, 무엇보다 장력에 강하고, 끊어진 대도 "뚝" 소리나며 탄력 없이 안전히 끊어지는 최고의 계류색 이었어. 그 날은 이 유럽함정이 걍 특이하다는 생각만 했지만, 림팩 훈련 때 내 생각이 틀림을 알았다. 

[나일론 계류색의 위험성]
Mooring lines are usually made from manila rope or a synthetic material such as nylon. Nylon is easy to work with and lasts for years, but it is highly elastic. ... However, should a highly stressed nylon line break, it may part catastrophically, causing snapback, which can fatally injure bystanders. The effect of snapback is analogous to stretching a rubber band to its breaking point between your hands and then suffering a stinging blow from its suddenly flexing broken ends. Such a blow from a heavy mooring line carries much more force and can inflict severe injuries or even sever limbs. Mooring lines made from materials such as Dyneema and Kevlar have much less elasticity and are therefore much safer to use.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Mooring

통역 업무를 하니, 공보(public affairs) 관련해서 진주만에서 림팩 훈련에 모인 세계 10개국 이상의 함정을 일일이 업무상 견학 할 기회가 있어, 제일 먼서 함정의 홋줄을 구경했는데, 미국-영국-일본-호주-뉴질랜드-인도-캐나다, 적어도 내가 가본 모든 나라의 해군 함정이 케블라 계류색을 쓰더라. 매우 못사는 일부 나라의 함정만 마닐라/목면 계류색이고.

림팩 후, 전역 때까지, 내가 만난 한국 해군 간부들에게 '왜 외국 함정이 쓰는 안전한 케블라 계류색을 쓰지 않나요?'라고 물었을 때의 시큰둥한 반응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입항 때 홋줄 터져 부상 당하는 건, 뭐 원래 그런거 아닌가? 수병들이 알아서 조심해야지." 

내가 비록 병의 신분으로, 깊이 있게 모든 해군 업무를 파악하진 못했으나, 통역업무를 통해 나름 두루두루 배우며 느낀 점은, 적어도 한국 해군이 케블라 계류색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돈 없어서 못해주는 "예산문제"는 아니었다. 그냥 간부들의 눈에 목숨걸고 입항 작업하는 저 수병들은 자신의 진급을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 할 뿐.



3줄 요약 : 
1. 외국 해군 함정들은 위험한 입항 작업 시, 튼튼하고, 터져도 부상 확률이 적은 케블라 계류색을 쓴다. 돈 없으면 안전한 마닐라/목면색 사용.
2. 한국 함정들은 위험해도 값싸고 때 안타는 나일론 계류색을 "행사용"으로 별도 준비해 사용한다.
3. 오늘 희생당한 수병들은 과연 누굴 위한 희생이었나? 성공적으로 아덴만 대해적작전을 마치고, 진급을 위해 수병의 목숨은 뒷전인 간부의 "행사"를 위한 희생이었나? 수천억을 여성부지원에 쓰면서도 나라위해 몸바치는 장병들에게 새 수통하나, 방탄복하나, 안전한 계류색 하나 지급하지 않는 나라를 위한 희생이었나?

홋줄에 장력생겨 터지면 주위사람 병신 된다고? ㄴㄴ. 적어도 남에게 보여주기 식을 위한 행사용 나일론 계류색만 안써도 저렇게 많이 다치지는 않는다.

가끔 댓글에 미군과 한국군이 같냐, 미군은 실제로 싸우고, 우리는 삽질만 하고 온다고 까대기 바쁜데, 그러지 말자.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대한민국 해군 수병들은, 출항 후 미해군, 캐나다 해군, 호주 해군, 그 어떤 해군과도 비교하여 뒤쳐지지 않는 동일한 위험 조건에서 훈련하고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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