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전설급 작품을 ARABOJA-



마징가 코스프레를 한 시노자키 아이와 기념사진을 찍은 나가이 고

인심좋은 동네 아저씨같은 인상이지만 일본 만화계의 거장이다.

많은 만화가들이 데즈카 오사무로부터 꿈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면

나가이 고로부터는 성적 개방성과 폭력의 미학을 배웠다는 말이 있다.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마징가일텐데, 사실 마징가 이전에도

인간을 닮은 거대로봇은 있었다.



철인 28호

최초의 거대로봇은 철인 28호다. 나가이 고도 이 사실을 알고 있고 '거대로봇물의 대부'라는

칭호는 내가 아니라 철인 28호의 원작자 요코야마 미츠테루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징가 제트는 철인 28호와 구분되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철인 28호는 리모컨으로 원격조종하지만



마징가는 최초의 탑승형 로봇이라는 것!




철완아톰이 최초의 인공지능 로봇이고 철인 28호가 원격조종로봇이라면 마징가는 최초의 탑승형 로봇이다.

이는 교통체증에 시달리던 나가이 고가 '자동차에서 다리가 뻗어 앞에 있는 차를 넘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마징가 창작의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마징가 이후로 등장한 거대로봇들은 한결같이

파일럿이 기체에 탑승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고, 마징가는 모든 탑승형 로봇의 원조라고 말할 수 있다.



디자인에서부터 나가이 고의 취향이 반영되어 전혀 선량해보이지 않는다.

이빨을 연상시키는 마스크에 찢어진 눈, 시커먼 동채에 핏빛 가슴판 등

아이들이 보기에는 무서울 지도 모르겠다. 나가이 고는 자신의 작품마다

잔인하고 선정적인 요소들을 집어넣기를 즐겼는데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작품은 나가이 고의 작품 성향에 있어서 정점을 찍는 작품이다.



바이올런스 잭

갑작스러운 대지진으로 관동의 모든 도시는 파멸하고 관동지방은 다른 지역과 차단되어 구조의 손길조차 닿지 않는다.

치안을 유지한 행정기구조차 소멸함에 따라서 관동은 무법지대가 돼버리고 생물이 거의 살지 않는 자연환경과

부족한 물자 등의 열악한 생활환경에 따라서 사람들은 점차 살아남기 위해서 서로 죽고 죽이는 수라도가 재현된다.

사람을 난도질하고 토막내는 장면이 쉴새없이 등장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만화로 세기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눈에 띄기만 하면 강간당하는 게 여자들의 운명이고 여자만 보면 옷을 벗어제끼면서 달려드는 게 남자들이다.

정말 아무데서나 윤간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며 여자들은 성노예가 되어서 팔려다니기가 일쑤.



이러한 관동에 나타난 남자가 바로 슬럼킹인데 압도적인 힘으로 악당들을 굴복시킨 슬럼킹은

관동의 왕이 되기 위하여 복종하지 않는 자들을 가차없이 죽여없애며 폭군으로 군림한다.

키가 3m 쯤 되어보이고 사무라이 갑주를 입고 있으며 갑옷을 포함한 무게는 300kg에 달한다.

그의 악행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자신의 뜻을 거스른 자들의 팔다리를 자르고 혀를 뽑아서 개처럼 끌고다니고



남자를 개패듯이 팬 후에 눈 앞에서 그의 연인을 강간하는 등



부하들도 초등학교에 처들어가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여교사를 강간한다.



그리고 바이올런스 잭이 등장하는 것이다.

몸집이 헐크만한 거인으로 고릴라처럼 우람한 근육, 늑대같은 이빨에

커다란 잭나이프를 항시 지참하고 다녀서 이름 대신 "잭"이라고 불리운다.

본인도 자신의 이름을 묻는 자에게 "나도 모른다. 잭이라고 불러라." 라고 하는데

말이 잭 나이프지 그의 신체조건을 고려하면 일반인에게는 대도나 다름없다.



기본적으로 악당들을 해치우는 역할이지만 행실은 전혀 선량하지 않다.

악당을 무자비하게 썰어버리는데 그 악당이 어린이를 인질로 잡더라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악당과 인질로 잡힌 어린이의 목을 함께 두 동강 낸다.

아무리 수위가 높은 작품이라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살인, 강간 등)는

묘사하지 않는 게 불문율인데 이 작품은 그러한 선을 넘어버렸기 때문에

잡지사와 대판 싸우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 단체로부터도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어린이 대상의 범죄에 민감한 서구권에서는 아예 발매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 놈은 자신의 어깨 위에 늘 애인을 앉혀놓고 다니는데



잭이 애인의 목을 잘라버리자



머리와 몸이 분리된 그녀의 시체 앞에서 절규하더니



그녀의 시체로 먹방을 찍은 후



잭을 쓰러뜨릴 힘을 달라고 울부짖으며 악마가 된다.

이 작품에서는 이런 정신나간 씬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결국에는 바이올런스 잭이 슬럼킹을 꺽는데 이것은 무슨 권선징악의 개념이 아니라

힘을 앞세워서 군림하는 악당을 더 강한 힘을 가진 악마가 찍어눌러버리는 것이다.

공포정치를 자행하던 슬럼킹을 상대로 바이올런스 잭은 한 술 더 뜨는 잔혹함을 선보이며

조직의 말단에서부터 차례 차례 무자비하게 썰어나가고 결국 바이올런스 잭을 상대하는

슬럼킹은 여지껏 느껴보지 못했던 공포감마저 느끼게 되는 것. 



앞서 말했다시피 수위가 너무 높아서 많은 나라에서 판매 금지되었지만

바이올런스 잭이 연재될 당시 할리우드 감독이나 제작진들이 암암리에

책을 돌려봤다는 말이 있고 매드맥스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기말을 배경으로 하는 데다가 악당들이 판을 치는 약육강식의 세계관.



이런 막장같은 만화를 그리기 때문에 성격도 비비 꼬인 반사회적 인사가 아닐까 싶지만

나가이 고는 사생활에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다. 잔인하고 야한 만화를 자꾸 그리는 게 싫어서

작정하고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들도 있었는데 막상 만나보니까 평범한 동네 아저씨같아서

놀랐다는 후문. 마징가도 그렇고 데빌맨, 큐티허니 등 항상 시대를 앞서 갔던 나가이 고.

바이올런스 잭을 통해서 그는 "피와 폭력의 아버지" "성인만화의 신"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한줄평

언제나 앞서가는 나가이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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