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한 획을 그은 천재 만화가 몇몇을 ARABOJA



나가이 고

일본 만화계의 거장으로 에로, 그로테스크, 넌센스의 유행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만화가들이 데즈카 오사무로부터 꿈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면 나가이 고로부터는

성적 개방성과 폭력성을 배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의 대표작은 다음과 같다.



마징가



데빌맨



큐티 하니




요즘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하자면 혼자서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를 찍어낸 작가라고 보면 된다.

그만큼 아이디어가 센스가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있는데 일례로 그의 대표작인 마징가만 하더라도

교통체증에 시달리던 나가이 고가 '자동차에서 다리가 뻗어 앞에 있는 차를 넘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창작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연재를 할 때도 여느 작가들처럼 미리 콘티를 다 짜놓고

완성된 시나리오대로 만화를 그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작업에 몰입하면서 즉흥적으로 전개해나간다.



그림체의 특징을 꼽자면 캐릭터의 육체미를 강조한다는 것. 

여자 캐릭터의 경우에는 체형에서부터 동양인의 체형이 아니고 서구적인 체형으로

가슴과 힙이 유난히 발달하고 어깨가 떡 벌어진 건장한 신체를 가지고 있다.

남자 캐릭터의 경우에도 근육을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늑골에서 골반으로 이어지는

남자 특유의 라인을 잘 살린다. 한 마디로 몸 그 자체에 힘을 빡 주고 그린다.



문제점이라면 센스에 의존하기에 삘받아서 던져놨다가 회수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떡밥이 많고

스토리의 앞뒤가 맞지 않아서 용두사미처럼 거창하게 시작했다가 꼬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질리는 게 몹시 빨라서 장기 연재를 한 적도 거의 없고, 갑자기 엉뚱한 전개로 넘어가버린다거나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이유로 그가 연재한 작품 중에서 완성된 작품은

데빌맨 정도 밖에 없다. 마징가만 하더라도 연재한지 40년이 넘도록 완결이 안 나고 있다.



토리야마 아키라

그가 데뷔했을 때 데즈카 오사무가 "이제야 나의 후계자가 나왔다." 라고

평가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의 대표작이 드래곤볼인 건 다들 알테고

그의 특징을 몇 가지 짚어보도록 하자.



보통의 그림쟁이들은 연필로 밑선을 그린다음에 펜으로 선을 따는데 토리야마 아키라는

작업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 밑선은 생략하고 펜으로 바로 그리는 작업방식을 고수한다.

문제는 작업시간 단축과 작화 퀄리티를 등가교환한 탓에 자잘한 작화 미스가 많다는 것.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딸리는지 등장인물이 짝다리가 되거나 짝눈이 되는 등...



슈퍼사이어인이 금발인 이유도 머리에 먹칠을 하기가 귀찮았기 때문이고



스크린톤을 오리고 붙이는 게 귀찮아서 흑백으로 때우며



배경을 그리는 일도 귀찮았던지 걸핏하면 초토화에



아예 배경을 그릴 필요가 없는 정신과 시간의 방을 따로 만듦



자기 작품에 별 애정이 없는지 원피스 작가 오다 에이치로와의 대담에서도 드래곤볼 빠돌이로 알려진

오다 에이치로는 흥분해서 드래곤볼에 대한 일장 연설을 했지만 정작 원작자 토리야마 아키라는

심드렁하게 "아, 그랬나?" 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스토리 진행은 즉흥적으로 짜는 편이며

원활한 전개를 위해서 일부러 느슨하게 설정을 짠다고 한다. 그러는 편이 설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데다, 스스로도 작업에 심취해서 두근거리면서 그릴 수 있다고.

또한 막상 작업을 하다보면 머릿속에서 생각한 것과는 달라져 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나가이 고와 토리야마 아키라의 공통점이라면 완벽주의를 추구하면서 에너지를 쏟아붓는 타입이 아니라

본인의 아이디어와 센스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스타일은 비단 만화 뿐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단점은 자신의 감각에 기대서 즉흥적으로 처리하다보니까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것.

매사 본인의 끼와 임기응변으로 땜빵을 치기 때문에 부득불 깊이가 얕고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무라타 유스케

앞서 말한 나가이 고, 토리야마 아키라와 달리 끈기를 앞세우는 인물이다.

스토리텔링에 소질이 없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은 스토리 작가한테 맡기고

본인이 자신있는 분야인 작화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올인하고 있다. 



그림에 대한 그의 열정은 가히 장인정신이라고 불리울 만 하다.

나가이 고나 무라타 유스케처럼 작업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꼼수 따위 일절 쓰지 않고

모든 것을 꼼꼼하게 그리는데 일주일 내내 그림만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고

삘받으면 하루 21시간 동안 그림만 붙들고 있을 만큼 엉덩이가 무겁다.

앞서 언급한 오다 에이치로나 우스타 교스케같은 선배 만화가들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아서 칭찬할 정도다.

(다만 작화에 올인하다보니까 원작이 있는 작품만 그리는 게 그의 한계다.)



연재 내내 이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한다.



불성실한 연재 태도로 까이는 토가시 요시히로와 달리 휴재도 거의 없다.

(물론 토가시 요시히로도 노력의 양은 특별히 많지 않지만 요령 면에서 연구를 많이 한 사람이다.)




미우라 켄타로의 베르세르크

이 경우는 작화의 밀도가 너무 높고 작업량이 너무 많아서 도대체 극 진행이 엄청 느린데

독자들은 이러다가 미우라 켄타로가 과로사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하고는 한다.

그만큼 작화의 퀄리티가 높아서 작업 도중 도주한 어시스던트들이 한 둘이 아니고

한 화를 그리는데 1년이 걸린 적도 있다. 독자들은 미우라 켄타로가 휴재를 하거나 하면

항의하는 게 아니라 고생했다고, 완결할 때까지 살아만 있어달라고 한댄다.



이런 것도 따지고보면 각자의 개성, 기질에 달린 것이다.

토리야마 아키라에게 무라타 유스케같은 완벽주의를 요구할 수도 없고

무라타 유스케에게 나가이 고같은 아이디어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냥 본인에게 적합한 방향으로 각자 노력하고 있는 것일 뿐

그 방향이 다르다고 해서 어느 한 쪽이 옳고 한 쪽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한줄평

대단한 사람들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